잇따른 재패니메이션의 국내방영 여부가 결정되고 그에 따른 소식과 정보가 웹상에 퍼지기 시작하자, 재패니메이션의 방영방식을 두고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사안은 소위 말하는 '원어방영', '더빙방영'의 문제인데, 양쪽 지지론자 분들의 말씀을 조근히 들어보면 나름 조리도 있고 주장에 따른 근거도 충분히 확보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쪽 지지자 분들께서 서로 헐뜯고, 공격하지 못해서 안달나는 이유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1. 원어 옹호론자 = 오타쿠
'원어 옹호론자' 분들을 비판하시는 분들의 글을 살펴보면, '원어' 그리고 '더빙'의 문제를 거론하며 '오타쿠'의 분별여부를 판별짓는 잣대를 함부로 적용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성우진의 체계적인 조직편성과 그 효율적인 움직임의 파생물인 '재패니메이션 원어'
시청자의 입장에서 보다 듣기 좋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코드를 찾아 즐긴다는 것은 한 개인에게 주어진 '취미'로써의 권리인데,
이것을 함부로 원어 '옹호론자=오타쿠' 라는 공식에 대입시키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러한 취미가 사이더적인 그리고 극단적인 경우로 치닫는 오류의 형태로써의 '취미'문제라면 타인의 이목과 시선에
그것을 조금 변형시킬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원어와 더빙과 같은 경우는 이의 해당 사례에 속하지 않기에 위의 공식은
성립이유가 되지 못하죠.
본래 오타쿠는 한국에서 평가받는 것처럼 그렇게 하향화되고 저속한 의미가 아닙니다.
일본에서 발생한 특수한 사건으로 인해, 일본 자체에서도 곱지 못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 오타쿠가 쓴 고차원적 리뷰 혹은 차별화된 웹진&칼럼 등을 보면 여느 지식인 못지 않게 뛰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나 최근 극장판으로 개봉된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 TV판에 대한 비평 및 해석을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죠.)
이에 비해 한국에서의 오타쿠는 매우 저급한 의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잘못 정착된 오타쿠 문화의 수용.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나타난 한국식 진짜배기 오타쿠들의 성찰없는 주장의식과
그 태도에서 반영된 것이 큽니다만, 사실 극히 소수의 분들이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들어 놓은 것이고, 대다수의 분들은
일본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2. 더빙 = 원작붕괴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생각하지만, '원어방영'을 고집하시는 분들의 대다수는 재패니메이션을 오랫동안 지켜봐오신 올드 팬분들
입니다. 이 분들은 1차~3차 애니붐의 격정기를 거쳐, 지금의 재패니메이션이 되기까지 애정어린 시선으로 봐오신 분들이기에
'원작'에 대한 집착 그리고 애착이 남다릅니다. 또한 일본 성우의 목소리 톤과 발음방식을 캐릭터성과 직접적으로 연결시켜,
하나로 결부시키고 그 자체를 캐릭터와 겹쳐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재패니메이션의 더빙화가 결정되었을 때, 질적으로는 부족하지 않지만 목소리의 다양성과 녹음의 체계성에서 아직
부족한 한국 성우들로 인해 원작의 붕괴현상(캐릭터 특성, 스토리 구도의 붕괴 등 모든 요소에서의 붕괴가 포함됩니다.)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하시는 목소리가 큽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의 정서에 맞추어 바꾼답시고 제목을 이상하게 만들어놓는 문제부터 원작에서의 대화를 연령층 이유로 삭제하고 변형시키는 경우를 보면, 올드팬이 아닌 단순한 원작 선시청자의 입장에서 보아도, 허탈한 심정을 금할 수 없지요.
위의 경우, 시청자들의 양해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원작의 붕괴라는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한국 성우계의 발전을 도모시킬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니까요.
(물론 한국 내에서의 애니메이션 및 만화에 대한 시선은 그다지 곱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부터 해결되어야
하겠지만요.)
3. 원어&더빙
이래저래 이야기를 해봤지만, 결국 해답은 하나지요.
'더빙이 듣기 싫으시다면, 원어로 들으시면 됩니다. 반대로 원어가 싫으시다면 더빙으로 들으면 됩니다.'
물론 세상 일이 해답 하나로 만사형통되는 경우가 드물듯이, 각종 이유와 주장을 근거로 원어 옹호론자와 그에 대한 비판자들의
대립구도는 계속해서 형성되겠지요.
다만,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고, 거기서 타협점을 찾아가면 그 때야말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 기대합니다.